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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Hereditary) 리뷰 – 대를 잇는 공포, 그 익숙한 낯섦

ThrillHer 2025. 7. 18. 14:08

 

 

영화 유전 포스터

 

 

영화정보

 

감독: 아리 애스터 (Ari Aster)
장르: 공포, 미스터리, 드라마
개봉: 2018년

시청 가능 :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왓챠, 웨이브

 

 

미드소마의 여운 속에서 다시 찾게 된 영화

아리 애스터 감독의 ‘미드소마(Midsommar)’를 본 이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 충격과 정서적 불편함은 나로 하여금 그의 전작 ‘유전(Hereditary)’을 자연스럽게 찾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미드소마가 태양 아래의 공포였다면, 유전은 암흑 속, 집안 깊숙한 곳에 숨겨진 공포였어요.

 

두 영화 모두 겉으로는 ‘호러’ 장르이지만, 그 밑바닥에는 인간의 본성과 가족, 슬픔, 상실, 고통 같은 보다 깊고 철학적인 주제가 깔려 있습니다. 특히 유전에서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도망칠 수 없는 운명 같은 요소들이 훨씬 더 진하게 느껴졌어요.

 

 

감상평

한국적인 정서가 묻어나는 서늘함

 

유전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외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한국적인 정서’가 느껴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대를 잇는 저주, 가족 간의 억눌린 감정,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트라우마 같은 소재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자주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유전은 이런 감정들을 공포라는 외피를 통해 폭발시키죠.

 

주인공 애니(토니 콜렛)의 연기가 특히 인상 깊었는데, 그녀가 보여주는 복잡한 감정선은 단순한 연민을 넘어서 공감과 경악을 동시에 자아냅니다.

 

마치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엄마, 혹은 가족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특히 이런 이야기는 서양 공포 영화에서 보기 드문 구조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에게는 오히려 더 친숙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감정과 서사가 밀도 있게 얽혀 있는 만큼, 단순히 “무섭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공포가 아닌, 불가해함이 만드는 불안

유전은 미드소마만큼 시각적으로 잔혹한 장면은 많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것에서 오는 불안이 매우 섬세하게 설계된 영화입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어느 순간 “이건 정말 현실일까?”라는 의심이 들게 만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전은 심리 스릴러오컬트적 공포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작품입니다.

 

가족 간의 갈등, 죽음을 대하는 방식, 그리고 유전되는 정신적 문제나 악령이라는 상징까지. 이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서늘한 불쾌감을 만들어냅니다.

 

대를 잇는다는 것의 무게

이 영화의 핵심 키워드는 ‘유전’입니다.

단순히 병이나 성격만을 물려받는 게 아니라, 저주와 불행조차도 물려받는다는 공포. 가족이란 결국 끊어낼 수 없는 연결고리인데, 그 연결이 운명의 족쇄로 다가올 때 얼마나 무섭고 슬픈지를 유전은 보여줍니다.

 

영화를 보며 문득 떠오른 생각은, 한국 사회에서도 이런 식의 운명론적인 사고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이를테면, “부모가 그러니 자식도 그러하다”라는 말처럼요. 유전은 이러한 운명에 대한 회의그에 대한 저항을 다룬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드소마와의 차이점

미드소마가 강렬한 색감과 이국적인 분위기, 그리고 한낮의 광기 속에서 벌어지는 공포였다면, 유전은 그 반대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일상의 배경 속에서 서서히 파고드는 공포를 다룹니다.

 

미드소마가 충격적이고 외부적인 자극이 많았다면, 유전은 내면의 불안과 무력감을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미드소마보다 덜 충격적이지만, 오히려 더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평범한 가정의 비극 속에서 피어난 악몽

영화 유전(Hereditary)은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공포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정의 의미를 뒤흔들고,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묻혀 있던 고통과 분노, 억압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가 피하려 했던 ‘운명’과 마주하게 만듭니다.

 

만약 미드소마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면, 유전은 그 충격의 근원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 것입니다. 공포를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아리 애스터 감독이 왜 지금의 호러 거장으로 평가받는지를 다시금 증명해 줍니다.

 

단순한 깜짝 놀람이나 유혈 장면이 아닌, 심리 깊숙이 파고드는 이 불편한 감정이야말로 진짜 공포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