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11일 개봉한 영화 '얼굴'은 단숞나 스릴러가 아니라, 가족의 뿌리를 찾는 감동적인 여정과 한국사회의 아픈 현대사를 함께 담아낸 작품입니다.
실종, 기억,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이라는 주제를 통해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며,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얼굴 없는 어머니'라는 상징적인 설정은,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한 상실의 그림자를 건드리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영화 정보
- 제목 :얼굴
- 개봉 : 2025년 9월 11일
- 감독 : 연상호
- 주연 : 박정민, 권해효
-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장르 : 미스터리, 드라마
- 국가 : 대한민국
- 런닝타임 : 103분
- 원작 : 동명 만화
한국적 정서를 담으면서도 미스터리적 요소가 강한 이 영화는, 실화를 연상시키는 리얼리티 사회적 메시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어 단순한 오락용 스릴러와는 조금 다릅니다.
줄거리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장인으로 알려진 임영규.
그는 세월의 고난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그의 아들 임동환은 충격적인 전화를 받습니다.
40년 전 실종의 아내이자 어머니, 정영희의 백골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경찰의 연락이었습니다.
얼굴조차 본 적 없던 어머니가 살해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앞에서 임동환은 혼란에 빠집니다. 그는 아버지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던 김수진 PD와 함께 어머니의 죽음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추적 과정에서 드러나는 건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니나, 당시 청계천 의류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시대적 상처와 사회적 현실이었습니다.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소환되며, 사건의 진실은 점차 베일을 벗습니다.
감상평
솔직히 말해서, 영화를 다 보고 난 직후에는 실망감이 컸습니다.
뭔가 다이나믹한 사건 전개나 강력한 반전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큰 파동 없이 잔잔하게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스릴러 장르라고 했을 때 떠올렸던 버라이어티한 전개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부족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서 두 번 놀랐습니다.
첫 번째는, 이게 연상호 감독 작품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부산행' '지옥' 같은 강렬한 장르물을 연출했던 감독답게 뭔가 폭발적인 장면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절제된 연출과 담담한 전개가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는 실망했지만, 동시에 감독이 전혀 다른 톤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두 번째 놀람은, 이 영화가 제작비 3억 원 규모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알고 나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가 아닌데도, 한정된 자원 속에서 이렇게 묵직한 분위기와 의미를 만들어냈다는 건 오히려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그렇다면 이 정도의 담백한 연출이 이해가 된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저예산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곱씹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두 배우의 연기가 아니었더라면 실망감이 훨씬 더 컷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 권해효배우가 보여준 묵직한 내공과 1인 2역 박정민의 (아들의 혼란스러운 모습과 과거의 모습 (안보인다는 제한된 상황에서)) 섬세하게 연기한 모습들이 이 영화의 중심을 잘 지탱해 주었습니다.
두 사람의 감정선이 마음에 와닿았기에, 사건 전개가 다소 밋밋하더라고 관객으로 하여금 끝까지 집중은 할 수 있게 했던거 같습니다.
결국 '얼굴' 은 제가 처음 기대했던 '자극적인 스릴러'는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다양한 감정을 남기는 영화였습니다.
실망과 놀람이 교차하면서, 마지막에는 이해와 여운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흔한 오락영화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의 곡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서 떠오르는 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한 주제는 '사건'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 기억, 존재의 무게였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얼굴들은 과연 진짜일까?''나의 얼굴은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을까?' 같은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얼굴'은 스릴러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외로움, 남이 보는 나(편견) 그리고 기억의 힘을 다루는 철학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차분한 호흡이 오히려 더 어울렸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